FFC·FTC·TBC 중 한국이 FFC인 이유 — 식이 저절로 축약된다

LFC 제어 방식으로 FFC·FTC·TBC 세 가지가 나온다. 처음에는 TBC가 가장 발전된 방식이니 나머지 둘은 그냥 옛날 방식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그러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무슨 방식일까”를 찾아보고 좀 당황했다. 글로벌 표준인 TBC가 아니라 FFC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파고들다 보니 세 방식의 성격이 오히려 선명해졌다.

세 방식은 ‘무엇을 지킬 것인가’가 다르다

제어 방식 제어 목표 성향 연계 계통에서의 한계
FFC
정주파수 제어
오직 주파수 Δf만 일정하게 유지 과도한 이타주의 외부 지역 사고에도 내 출력을 무한정 쏟아부어 연계선 과부하·소손을 부른다
FTC
정연계선 전력 제어
오직 연계선 조류 ΔPtie만 스케줄대로 유지 과도한 이기주의 전국 주파수가 폭락해도 남을 돕지 않아 계통 전체의 주파수 방어가 무너진다
TBC
연계선 바이어스 제어
ACE = ΔPtie + B·Δf 를 0으로 유지 계산된 협력 자기 지역 사고는 자기가 책임지고, 외부 사고에는 자기 체급 B만큼만 협력 (글로벌 표준)

이렇게 놓고 보면 TBC는 앞의 두 극단을 하나의 식으로 합친 절충안이다. FFC의 이타심과 FTC의 책임감을 B라는 저울로 배분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FTC는 정말 쓸모없는 방식일까

표만 보면 FTC는 이기적이고 위험한 방식처럼 보인다. 그런데 FTC가 최적의 선택이 되는 상황이 따로 있었다. 체급 차이가 극심한 두 계통이 연계될 때다.

거대한 대계통과 작은 소계통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자. 여기서 주-종(Master-Slave) 제어가 성립한다.

  • 대계통(Master) → FFC 채택
    막강한 발전력을 바탕으로 연계선 전체의 주파수 유지를 100 % 전담한다.
  • 소계통(Slave) → FTC 채택
    주파수 방어에 뛰어들면 자기 발전기가 먼저 손상된다. 그래서 주파수 책임은 대계통에 완전히 위임하고, 오직 약속한 연계선 조류량만 지키는 데 집중한다.

이 조합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FTC는 대등한 관계에서는 재앙을 부르지만, 체급 차이가 확실한 환경에서는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에게 주파수 책임을 몰아주는 합리적인 생존 전략이다. 공학에서 완전히 쓸모없는 이론은 잘 없다는 걸 여기서 실감했다.

세 방식이 나온 순서도 기술사적 맥락이 있다. 아날로그 통신 시절에는 실시간 연산이 어려워 하나의 변수만 제어하는 FFC·FTC가 주류였고, EMS와 통신이 발달해 ACE를 실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게 되면서 비슷한 체급끼리는 TBC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왜 FFC인가

여기서 먼저 정리해야 할 오해가 있다. 우리나라가 LFC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LFC는 주파수 유지를 위해 중앙 컴퓨터가 발전기 출력을 자동 제어하는 시스템 전체를 뜻하는 상위 개념이고, FFC·FTC·TBC는 그 안의 운전 모드다. 우리나라는 LFC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하되 그 모드를 FFC로 두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연계선의 정의에 있었다. LFC에서 말하는 연계선은 일반적인 지역 간 송전선이 아니다. 서로 다른 두 EMS가 각자 책임지는 독립 제어 구역(Control Area)을 넘나드는 전력선을 뜻한다. 미국처럼 한 나라 안에 전력 통제 회사가 여러 개면 국내에도 연계선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력거래소가 전국을 단일 제어 구역으로 통제한다.

게다가 지리적으로 타국과 전력망이 단절된 고립 계통이다. 그래서 연계선이 생기려면 북한이나 일본, 중국 같은 다른 제어 구역과의 연결이 있어야만 한다.

수식으로 보면 TBC가 저절로 FFC가 된다

이 대목이 개인적으로 가장 깔끔했다. 외부 연계선이 없으니 연계선 조류 편차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ΔPtie = 0을 ACE 식에 대입하면 이렇게 된다.

ACE = ΔPtie + B·Δf
= 0 + B·Δf

LFC의 목표는 ACE = 0을 만드는 것이므로, 결국 식은 다음으로 수렴한다.

B·Δf = 0  →  Δf = 0

연계선 항이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남는 제어 목표는 오직 “전국 공통 주파수 편차를 0으로 만드는 것” 하나뿐이다. 글로벌 표준인 TBC 체계를 그대로 갖추고 있어도 실제 동작은 FFC가 될 수밖에 없는 물리적·지리적 이유가 이것이다. 우리나라가 뒤처진 방식을 쓰는 게 아니라, TBC 식의 특수해가 FFC인 셈이다.

덧붙이면, 훗날 북한이나 러시아와 전력망이 연계되어 별도의 제어 구역이 생기는 순간 우리도 TBC로 전환해야 한다. 조건이 바뀌면 식의 결과도 바뀐다.

정리

  • FFC는 주파수만, FTC는 연계선만, TBC는 ACE로 둘을 함께 본다.
  • FTC는 대등 관계에서는 위험하지만 대-소 계통의 주-종 제어에서 소계통을 지키는 최적 해법이다.
  • 우리나라는 LFC를 안 하는 게 아니라 FFC 모드로 운영하는 것이다.
  • 단일 제어 구역이라 ΔPtie = 0이고, ACE 식이 자동으로 Δf = 0으로 축약된다.

세 방식을 우열 관계로 외웠다면 우리나라가 왜 FFC인지 설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각 방식이 어떤 조건에서 최적이 되는지로 이해하는 편이 훨씬 오래 남았다. 공부하며 정리한 내용이라 틀린 곳이 있을 수 있으니 알려주시면 고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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