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법(pu)은 요령이 아니다 — 에너지 보존과 패러데이 법칙

단위법(pu)을 처음 배울 때는 계산을 편하게 하려고 사람이 만들어 낸 요령쯤으로 여겼다. 기준값으로 나눠 놓으면 숫자가 1 근처로 모이니 보기 좋다는 정도. 그런데 “왜 기준 전력은 전 구간 하나로 통일하면서, 기준 전압은 구간마다 다르게 잡는가”라는 질문에서 막혔다. 파고들어 보니 이건 요령이 아니라 물리 법칙 두 개를 그대로 옮겨 놓은 체계였다.

기준 전력이 하나인 이유 — 에너지 보존

변압기는 전압과 전류의 크기를 바꿀 뿐, 통과하는 전력의 총량은 바꾸지 못한다. 손실을 무시하면 입력 에너지와 출력 에너지는 항상 같다.

그러니 345 kV든 154 kV든 22.9 kV든, 모든 전압 구간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공통 기준 전력 Sbase를 세우는 것이 물리 법칙에 부합한다. 기준 전력을 구간마다 다르게 잡는 쪽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기준 전압이 구간마다 다른 이유 — 패러데이 법칙

이쪽이 훨씬 흥미로웠다. 변압기의 1차 코일과 2차 코일은 전선이 끊어져 있지만, 철심 안의 하나의 공통 자속 φ를 완벽하게 공유한다. 패러데이 법칙에 따라 각 권선의 유도 기전력은 다음과 같다.

e₁ = N₁ · dφ/dt,   e₂ = N₂ · dφ/dt

두 식에서 공통 소스인 자속 변화율을 기준으로 묶으면 이렇게 된다.

dφ/dt = e₁/N₁ = e₂/N₂

즉 1차 코일 한 바퀴가 느끼는 전자기적 압력과 2차 코일 한 바퀴가 느끼는 압력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 기준 전압을 변압기 명판의 정격 전압대로 구간마다 다르게 잡는다는 것은, 두 구간의 측정 자를 철심 속의 진짜 물리량인 “코일 한 바퀴당 유도 압력”에 맞춰 동기화하겠다는 뜻이다. 자의 눈금을 물리 현상에 맞춘 것이지, 임의로 다르게 잡은 게 아니었다.

그 결과 변압기 장벽이 사라진다

실제 옴 세계에서는 변압기를 넘어갈 때마다 권수비의 제곱 n²을 곱해 임피던스를 반대편으로 옮겨야 한다. 변압기가 여러 대 있는 계통이면 계산이 금세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실제 변압기의 권수비 n = V₁/V₂와 우리가 설정한 기준 전압의 비 nbase = Vbase1/Vbase2가 정확히 일치하므로, pu 세계에서 권수비는 이렇게 된다.

npu = n / nbase = 1

변압기가 기어비 1:1인 그냥 전선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1차측 임피던스와 2차측 임피던스를 아무런 환산 없이 단순히 더하기만 하면 된다(Ztotal = Z₁ + Z₂). 거대한 다중 전압 계통이 하나의 평평한 직렬 회로로 납작해지는 것이다.

기준값 안에 이미 n²이 들어 있다

여기서 “그러면 환산 효과는 어디로 사라진 건가”라는 의문이 남았는데, 기준 임피던스를 뜯어보니 그 안에 이미 녹아 있었다.

Zbase1 = Vbase1² / Sbase,   Zbase2 = Vbase2² / Sbase

두 기준 임피던스의 비를 구해 보면 이렇게 된다.

Zbase1 / Zbase2 = (Vbase1 / Vbase2)² = n²  →   Zbase2 = Zbase1 / n²

이제 2차측 실제 임피던스 Z₂를 2차측 기준값으로 나누어 pu로 바꾸는 식에 이 관계를 대입한다.

Z2,pu = Z₂ / Zbase2 = Z₂ / (Zbase1/n²) = (n² · Z₂) / Zbase1

분자의 n²·Z₂는 실제 옴 세계에서 2차측 임피던스를 1차측으로 환산한 값, 즉 Z₂′ 그 자체다. 결국 2차측에서 그냥 구한 pu 값이나 권수비를 곱해 1차측으로 힘들게 옮긴 뒤 구한 pu 값이나 수학적으로 완전히 같은 숫자가 된다.

정리하면, 기준 전압을 변압비에 맞춰 다르게 세팅하는 행위 자체가 기준값 안에 n² 변환 효과를 미리 넣어 둔 것과 같다. 그래서 pu 세계에서 계산을 다 끝낸 뒤에는 내가 알고 싶은 구간의 기준값만 한 번 곱하면 권수비 역산 없이 그 구간의 실제 값으로 즉시 복원된다.

Z₂ = Z2,pu × Zbase2

기준 용량이 다를 때의 환산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기기 명판의 % 임피던스나 pu 값은 그 기기 자기 정격 용량 기준이라, 계통 공통 기준으로 다시 환산해야 서로 더할 수 있다.

Zpu,new = Zpu,old × (Sbase,new / Sbase,old) × (Vbase,old / Vbase,new

예를 들어 100 MVA 기준으로 %Z = 10 %인 변압기를 계통 기준 용량 200 MVA로 옮기면, 전압 기준이 같을 때 %Z = 10 × (200/100) = 20 %가 된다. 고장계산에서 이 환산을 빼먹으면 단락전류가 통째로 틀어진다. 내가 실제로 여기서 한 번 크게 틀렸다.

정리

  • 기준 전력을 전 구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에너지 보존 법칙의 반영이다.
  • 기준 전압을 구간마다 다르게 잡는 것은 패러데이 법칙에 따른 코일 1턴당 압력의 정규화다.
  • 그 결과 pu 세계에서 변압기 권수비가 1이 되어, 계통 전체가 하나의 직렬 회로로 단순해진다.
  • 기준 임피던스 안에 n²이 이미 반영돼 있으므로, 복원할 때는 원하는 구간의 기준값만 한 번 곱하면 된다.
  • 기기별 기준 용량이 다르면 반드시 공통 기준으로 환산한 뒤 합산한다.

단위법은 수학적 꼼수가 아니라, 에너지 보존과 패러데이 법칙이라는 두 기둥 위에 세워진 정규화 체계였다. 이 두 가지를 알고 나니 %임피던스나 고장계산을 대할 때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공부하며 정리한 것이라 잘못 이해한 대목이 있을 수 있으니 알려주시면 고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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